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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 작업에 관하여; 상응(相應, correspondence)

    

음악과 디자이너의 경험을 거쳐 화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윤정 작가는 기억을 다룬다.

메모리 시리즈는 기억과 상상으로 구성된다. 

작업은 감정을 담은 추상이다.

내적 감관(internal sens)을 발현시켜 미적 체험으로 승화시킨다.

때론 감성의 날을 세워 인간의 따뜻한 정감과 동양적인 신비감을 작업에 내포하고 있다.

작업의 구도적인 행위가 녹여낸 추상은 남도의 파도 소리를 마주한다.

 


   남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사각형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통영의 산수가 휘영청 달빛과 조화롭게 감응(感應)한다. 달빛 비추는 창 너머 풍광은 고즈넉하나 화가의 작업은 풍성하다. 채 마르지 않은 물감의 끈적임과 유화 냄새는 작업의 열정과 창작의 지속성을 보여준다. 작업실에 울려 퍼지는 현대음악은 예술로 하나 된 것 같은 느낌과 생생한 재회의 상응(correspondence)이다. 윤정 작가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치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음악과 디자이너의 경험을 거쳐 화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윤정 작가는 기억을 다룬다. 메모리 시리즈는 기억과 상상으로 구성된다. 작가의 상상력은 기억을 바탕으로 창작한다. “청정한 밤하늘의 은하수는 별꽃으로 밤새 빛났다.”처럼 지나간 작가의 경험을 안으로 깊게 모아 상상의 화면으로 기억을 재현한다. 상상은 감관을 통해서 얻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와 연결한다. 그리고 현재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기억을 불러내며 결합한다. 깊은 감정을 일으킨 기억들은 추억이 되어 오래간다. 감정은 상상을 자극하여 기억을 만들고 다시 기억은 상상으로 감정을 일으킨다. 한편, 기억은 직관(intuition)을 자극한다. 감관을 통해 직접적으로 주어진 직관은 개념을 통해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 기억, 상상, 직관에 기초한 개념들은 창작의 주요 요소로 작동한다. 삶의 기억에 기반으로 한 작업은 구체적 세계에 마주한 직관이 상상을 통해 만들어낸 작가의 미적 태도의 반영이다. 


    감정을 그린다. 인간을 더 깊게 알아가는 방편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온전한 내적 탐구의 대상이며 일종의 용기를 내어 경쟁하는 의지력을 내포하고 있다. 마음속에 일어난 여러 감정을 느끼고 포착하여 화면에 담아낸다.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맑고 예리한 눈을 가진 작가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사물을 관찰하고 세계를 본다. 초기 작업은 내밀한 자기 고백의 서사를 포함한다. 다채로운 색상을 가진 크레파스의 쌓임과 긁힘이 주는 흥미로운 미술의 추억에서부터 개인의 가족사, 소소한 주변의 사물, 물고기, 새, 마을, 골목길, 달, 꽃, 나무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었다. 윤정은 구상과 추상의 줄타기를 시도하고 유화다운 유화를 실험한다. 맑고 고운 색과 중후하고 무거운색에 이르는 채색의 모색 과정에서 객관적인 의미의 미적 탐색보다 주관적인 해석으로 선회하는 변화를 가진다. 깊은 산 속, 바람에 날리는 갈대숲, 이슬 맞은 들꽃, 이름 모를 산새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타고 난 미의식의 소지를 찾는다. 작업은 내면의 감정 표현의 심리적인 요소가 강하다. 마음의 능력으로서 내적 감관(internal sens)을 발현시켜 미적 체험으로 승화시킨다. 때론 감성의 날을 세워 인간의 따뜻한 정감과 동양적인 신비감을 작업에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느끼는 감정(emotion)을 드러내며 반응한다. 모방 혹은 재현의 기술보다 독자적인 감정을 화폭에 담아낸다. 미술 본바탕의 의미는 세계의 내재적 근원을 질문하고 해답을 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화가는 세계 혹은 자연에서 어떤 규칙이나 핵심을 감정으로 찾아내며 그것을 작품에 부여한다. 화가 자신조차도 어떻게 이런 작업이 발생하는지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보들레르는 회화가 인간의 감성적인 차원과 본질적으로 관련 있다고 보았다. 감성적 차원이 이성적 차원과 달리 규칙화되거나 논리적 설명은 어렵다. 구체적 단어, 언어, 개념 등이 만드는 어떤 이야기 이전에 어떤 느낌(sentiment)이 다가온다. 윤정 작가는 작품에 관해 스스로 침묵한다. 주관적 감정과 개인적 감각의 문제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자의적이고 상대적인 취미의 문제로 다루기도 어렵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론』에서 시간에 대한 물음에 답한다. “아무도 묻는 이가 없으면 나는 그것을 아는 것 같지만, 막상 누가 물어 대답하려면 말문이 막힙니다.” 작가에게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모순처럼 그림으로 무엇을 재현(representation)한다는 것도 그러하다. 


    작업은 추상이다. 추상은 귀납적 경험에 의한 예술이다.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를 두고 발현한다. 경험에 의한 정보의 축적이 표현되는 장이 추상의 화면이라 할 수 있다. 추상의 질서는 경험으로 구성된 상상의 형태를 화면에 재현된다. 추상은 모호하지만 명료하다. 인간의 본능과 감정에 충실하던 비합리주의(irrationalism)와 예술 자체를 추구하던 모더니즘의 가치중립적인 전통을 따른다. 추상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실체에 연결되어 있다. 주제에 관한 관심에서 벗어나 경험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그 자체로 순수한 독립적인 상태를 추구한다. 순수한 추상은 명확한 윤곽도 없고 서로 녹아들고 침투하는 질적 변화의 연속이다. 윤정의 추상은 무조성(atonality) 음악처럼 나눌 수 없고 얽혀 있는 시공간을 무한히 통과한다. 작업은 내밀한 미적 경험으로 압축적인 함의를 표현하는 조형 의지가 담겨있다. 세상에 내재한 본질을 추구하는 추상 작업은 인간 조건(human condition)을 구성하는 하나의 고차원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추상은 눈으로 본 것 너머의 표현이다. 인간의 창작물인 미술은 개별적 세계를 보편적인 것으로 승화시키는 도구이자 인간 생존의 보편적 체계를 온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작가는 예측 불가한 현실의 세계를 창작의 영역으로 끌고 나와 실험하고 미지의 신세계를 열어 보여준다. 화가는 작업 과정에서 ‘물질 다루기’를 반복한다. 그림을 그리는 원초성은 반복된 물질 다루기에서 시작한다. 유화의 끈적임과 물감의 농도 조절의 연속은 집중과 몰입을 이끈다. 작업은 물질과 투쟁하는 자기를 드러냄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주변 환경, 호흡의 순간, 동작과 자세 등은 내밀한 자신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형태의 집착에서 벗어나 있는 화가의 심미안은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는 관조로부터 발생한다. 작가만의 특별한 쾌감, 명상이나 치유와 유사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추상의 화면은 새로운 감정이 환기될 수 있는 심리적 특성을 수반하며 심미적이고 감각적인 통일을 이끈다. 미적 쾌감으로 작가의 감관은 무관심성을 이룬다. 형상이 사라지고 명상의 단계에 몰입할 수 있다. 마치 산수화의 발묵처럼, 퍼져가는 산울림처럼 섬세하고 고요한 관조의 화면을 구축한다. 


    감성의 색을 그린다. 화면 밖으로 퍼져 나오는 추상의 묘한 아우라와 감성의 색채 변주는 윤정 회화의 정수이다. 제철에 피는 꽃들처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화면은 신비한 미를 숨긴 듯 겹겹이 쌓여 있다. 화가의 감성을 담은 색은 이미 추상이다. 고상하고 멋진 색의 향연은 고난의 인생에 한 줄기 빛을 비춘다. 감상자의 시선과 마음을 끌어 빠져들게 한다. 우아하고 섬세한 색감들은 고요하고 조화로워 기품이 있다. 유화의 물질성을 간직한 다양한 색감과 밀도 있는 화면의 구성은 명상적인 기운을 더한다. 작가는 회화 자체가 가진 미적 체험에 충실하고 시각적 미감을 찾는다. 화면의 주조 색은 고유한 생명을 상징한다. 색은 살아 있음이다, 맑고 밝고 경쾌한 중심 색은 다른 색과 만나 미끄러지듯 스며들어 중첩된다. 다른 색들과 어우러져 생명력을 표현하고 창출한다. 화면의 불규칙한 점, 선, 면이 모여 다시 하나의 색감을 만들고 생명의 역동성을 펼친다. 감상자에게 대상의 환기된 어떤 미적 쾌감을 제공하고 섬세한 감성의 눈을 뜨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M> 연작은 구도적이다. 화면은 신비로운 운기(雲氣)가 감돈다. 사각형 안 기운은 이리 저리로 돌고 모이다가는 흩어진다. 그 전체는 하나이다. 화면은 단단한 모양새지만 <M> 연작 속 부분들은 분해되고 독립되어 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다층적인 현상의 시각적 표현이다. 윤정의 <M> 연작은 우주의 수많은 색과 형 중에서 몇 개를 선택적으로 가져올 뿐이다. 추상의 치밀하고 응축된 구성법과 그리드를 사용한 정련함은 구도적 수행성을 내포한다. 작업 과정은 수행처럼 화면에 남겨진 시각적 경험의 축적이다. 물감의 색에 대한 감각적 선택이며 반복된 명상의 쌓임이다. 얽히고설켜 중첩된 유화 물감은 화면의 독특한 질감을 형성하는 원초적인 행위의 흔적이다. 작가는 <M> 연작 속 고요한 관조를 통해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추상과 직면한다. 쇼펜하우어의 미에 관한 특수한 지각 방식인 미적 관조처럼 ‘초시간적인 순수한 인식의 주체(pure will-less, painless, timeless subject of knowledge)’를 경험한다. 미적 관조가 시지각의 순수한 인식에 다다른다. 더 이상 개체가 아닌 순수한 실체(realty)가 이상(idea)으로 추상화된다. <M> 연작 화면은 영혼의 자유를 향한 자기 찾기 과정으로 궁극적인 경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꽃잎이 열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피듯 미적 인식의 지평은 한순간에 툭 펼쳐 충만과 풍요로 가득하다. 


    예술은 인간의 소유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선물이다. 예술품은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어울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자유와 환대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예술일 것이다. 작가는 동시대에 상응하는 미술을 펼친다. 섬세한 감성과 마음의 알맹이를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한 윤정의 작업은 감상자의 마음에 상응할 것이다. 화가의 삶이 녹여낸 화폭은 삶에 관해 생각하게 할 것이다. 인간의 향기 가득한 창작으로 생명의 지속과 삶의 감동을 기원한다. ‘정말 훌륭한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뺏는 것이오’처럼 윤정의 작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흔들어 놓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작업의 구도적인 행위가 녹여낸 추상은 남도의 파도 소리를 마주한다. 


김대신 (문화사 박사, 미술과 문화비평)



About Djong Yun’s artworks : correspondence (相應)


    At the foot of a mountain overlooking the clear waters of Namhae, a square-shaped studio is situated. The scenic beauty of Tongyeong harmoniously resonates with the bright moonlight. The view beyond the window, illuminated by the moon, is tranquil, while the artist’s work is abundant. The stickiness of wet paint and the smell of oil paint demonstrate the passion for creation and its continuity. The modern music echoing through the studio feels like a vivid correspondence of artistic unity and reunion. Artist Djong Yun unfolds her own artistic world, dreaming of a better world. Having traversed experiences in music and design, she quietly walks the path of a painter. 


    Yun engages with memory. Her “Memory” series is composed of memory and imagination. The artist’s imagination is grounded in her memories. Like the phrase, “The pure night sky’s Milky Way sparkled with star flowers throughout the night”, she deeply collects her past experiences to recreate them on the canvas of imagination. Imagination connects past memories acquired through the senses with the present. It involves accepting what is given in the moment and then recalling and merging memories once more. Deeply felt memories linger as cherished recollections. Emotions stimulate imagination to create memories, and in turn, those memories evoke emotions. Meanwhile, memory stimulates intuition. Direct intuition, given through the senses, bestows meaning upon us through concepts. Concepts based on memory, imagination and intuition serve as essential elements of creation. Works based on the memories of life reflect the artist’s aesthetic attitude created through intuition faced with the concrete world shaped by imagination.


    Yun paints emotions. Through painting, she seeks to understand humanity more deeply. The act of painting becomes a subject of complete inner exploration and embodies a kind of courage and competitive will. She feels and captures various emotions that arise within her and translates them onto the canvas. With a clear and sharp eye that looks deep within, the artist observes objects and views the world with profound affection. Her early works include narratives of intimate self-disclosure. From the intriguing artistic memories of vibrant layers and scratches of crayon to personal family histories, she explores a variety of subjects including small objects around her, fish, birds, villages, alleyways, the moon, flowers, and trees. Yun attempts to balance representation and abstraction, experimenting with oil painting in a true sense. In the search for colors that range from bright and delicate to deep and heavy, her exploration shifts from objective aesthetic inquiries to subjective interpretations. From deep within the mountains to the wind-swayed reed fields, dew-kissed wildflowers, and unknown mountain birds, she seeks the essence of innate beauty. Her work strongly emphasizes the psychological elements of expressing inner emotions. She manifests her internal sense as a capacity of the mind, elevating it into an aesthetic experience. At times, she sharpens her emotional sensitivity to imbue her work with warmth and an Eastern mystery.


    The artist reveals and responds to the emotions felt inside the inner being of humans. Rather than employing the techniques of imitation or representation, she captures unique emotions on the canvas. The fundamental meaning of art questions the intrinsic origins of the world and seeks answers. The painter discovers certain rules or essences in the world or nature through emotion and bestows them upon her works. Even the artist herself cannot fully explain how such works come into being. Baudelaire viewed painting as inherently related to the emotional dimension of humans. This emotional dimension, unlike the rational one, cannot be easily systematized or logically explained. Before any specific words, language, or concepts form a narrative, a certain feeling(sentiment) arises. Yun maintains silence regarding her works. It is difficult to explain them in terms of subjective emotions and personal sensations, and the issues of arbitrary and relative taste are also hard to address. Augustine answers questions about time in his Confessions: “If no one asks me, I know what it is; if I want to explain it to someone who asks, I cannot.” The same applies to the artist in relation to art. It is paradoxical to express the unspeakable through painting.


    Her work is abstract. Abstraction is an art born of inductive experience, firmly rooted in the material world. The canvas of abstraction can be seen as a stage where the accumulation of information through experience is expressed. The order of abstraction reproduces imaginative forms constructed from experience on the canvas. Abstraction is ambiguous yet clear. It follows the value-neutral tradition of irrationalism, which remains faithful to human instincts and emotions, and modernism, which seeks the essence of art itself. Abstraction is connected to all possible realities we can conceive. It seeks a pure, independent state that is free from subject matter, originating from what has been experienced. Pure abstraction lacks distinct outlines and is a continuous qualitative change where elements blend and permeate one another. Yun's abstraction traverses an infinite space-time that cannot be divided, much like atonal music. Her work embodies a creative will that expresses compressed implications of intimate aesthetic experiences. The abstract works that seek the essence inherent in the world represent a high-level way of composing the human condition.


    Abstraction expresses what lies beyond visual perception. Art, a creation of humans, serves as a tool to elevate individual worlds to the universal and is a process that completes the universal system of human existence. The artist draws the unpredictable reality into the realm of creation, experimenting and unveiling unknown new worlds. During the process, the painter repeatedly engages in ‘handling materials’. The primal act of painting begins with this repeated handling. The stickiness of oil paint and the continuous adjustment of its concentration lead to focus and immersion. The work reveals the self that struggles with the materials. During the painting process, elements such as the surrounding environment, moments of breath, actions, and postures enable an intimate encounter with oneself. The painter’s aesthetic insight, free from obsession with form, arises from contemplation that expresses pure emotions. This leads to a unique pleasure, akin to meditation or healing. The abstract canvas possesses psychological characteristics that can evoke new emotions, leading to an aesthetic and sensory unity. Through aesthetic pleasure, the artist's sensitivity attains a state of indifference. Forms dissipate, allowing for immersion in a meditative state. Like the dispersing ink in traditional landscape paintings, the canvas constructs a delicate and serene contemplative scene.


    She paints the colors of emotions. The strange aura of abstraction that spreads beyond the canvas and the modulation of emotional colors are the essence of Yun’s painting. Just like flowers blooming in their season, the natural beauty stands out. The canvas seems layered with a mysterious beauty hiding in its depths. The colors infused with the artist's emotions are already abstract. The noble and splendid harmony of colors is a silver lining in a life of hardship. It captivates the gaze and heart of the viewer. The elegant and delicate colors, serene and harmonious, exude grace. The diverse colors and dense composition of the picture, which retains the materiality of oil painting, add a meditative energy. The artist remains faithful to the aesthetic experience inherent in painting and seeks a visual beauty. The dominant color of the canvas symbolizes a unique vitality. Color is life; the bright and lively central colors meet other colors, gliding and merging to create layers. Together with other colors, they express and generate vitality. The irregular dots, lines, and surfaces on the canvas converge to form a cohesive color sensation, unfolding the dynamism of life. It has the power to offer viewers an evoked aesthetic pleasure and awaken delicate emotional sensitivity.

 

   The M series seeks the truth. The canvas is enveloped in a mysterious atmosphere. The energy within the square swirls and gathers before scattering again. The whole is one. While the canvas presents a solid form, the parts within M serises are decomposed and independent. It is a visual expression of the multilayered phenomena created by the existence of all things. Yun's M series selectively draw from the countless colors and forms of the universe. The meticulous and condensed compositional techniques of abstraction, using grids, encompass a sense of structural performativity. The process of creation leaves behind the visual experiences accumulated on the canvas like a performance. It represents a sensory selection of colors of paint and the layering of repeated meditation. The entangled, overlapping oil paints create unique textures on the canvas, traces of primal acts. Through the serene contemplation within M serises, the artist confronts abstraction, liberated from all relationships. Like Schopenhauer's specific perceptual mode of beauty, she experiences the "pure will-less, painless, timeless subject of knowledge." Aesthetic contemplation reaches pure recognition of perception. No longer an individual, the pure reality is abstracted into an ideal. The M serises canvas symbolically represents the ultimate journey of self-discovery toward the freedom of the soul. When the petals begin to open, the horizon of aesthetic recognition bursts forth in an instant, filled with abundance and richness.


    Art is a gift for survival rather than merely a possession of humanity. Artwork can be seen as a product of harmony that responds to the demands of the times. Art is a space where freedom and hospitality take place. The artist unfolds contemporary art that corresponds with the current era. Yun’s work, vividly expressing delicate emotions and the essence of the heart, is bound to correspond with viewers. The canvas shaped by the artist’s life prompts reflection on life itself. Through creation, filled with the fragrance of humanity, she wishes for the continuity of life and the touching experience of living. As the saying goes, “Truly great art captures the human heart,” Yun’s work possesses an energy that moves and stirs the hearts of people. The abstract expression borne from the truth-seeking act confronts the sounds of waves of Namdo.


Daesin Kim (PhD Cultural History, art and culture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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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윤정 "



윤 정 작업에 관하여; 상응(相應, correspondence)

    

음악과 디자이너의 경험을 거쳐

화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윤정 작가는 기억을 다룬다.

메모리 시리즈는 기억과 상상으로 구성된다. 

작업은 감정을 담은 추상이다.

내적 감관(internal sens)을 발현시켜

미적 체험으로 승화시킨다.

때론 감성의 날을 세워 인간의 따뜻한 정감과

동양적인 신비감을 작업에 내포하고 있다.

작업의 구도적인 행위가 녹여낸 추상은

남도의 파도 소리를 마주한다.

 

   남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사각형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통영의 산수가 휘영청 달빛과 조화롭게 감응(感應)한다. 달빛 비추는 창 너머 풍광은 고즈넉하나 화가의 작업은 풍성하다. 채 마르지 않은 물감의 끈적임과 유화 냄새는 작업의 열정과 창작의 지속성을 보여준다. 작업실에 울려 퍼지는 현대음악은 예술로 하나 된 것 같은 느낌과 생생한 재회의 상응(correspondence)이다. 윤정 작가는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치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음악과 디자이너의 경험을 거쳐 화가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윤정 작가는 기억을 다룬다. 메모리 시리즈는 기억과 상상으로 구성된다. 작가의 상상력은 기억을 바탕으로 창작한다. “청정한 밤하늘의 은하수는 별꽃으로 밤새 빛났다.”처럼 지나간 작가의 경험을 안으로 깊게 모아 상상의 화면으로 기억을 재현한다. 상상은 감관을 통해서 얻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와 연결한다. 그리고 현재 주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기억을 불러내며 결합한다. 깊은 감정을 일으킨 기억들은 추억이 되어 오래간다. 감정은 상상을 자극하여 기억을 만들고 다시 기억은 상상으로 감정을 일으킨다. 한편, 기억은 직관(intuition)을 자극한다. 감관을 통해 직접적으로 주어진 직관은 개념을 통해서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 기억, 상상, 직관에 기초한 개념들은 창작의 주요 요소로 작동한다. 삶의 기억에 기반으로 한 작업은 구체적 세계에 마주한 직관이 상상을 통해 만들어낸 작가의 미적 태도의 반영이다. 


    감정을 그린다. 인간을 더 깊게 알아가는 방편으로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온전한 내적 탐구의 대상이며 일종의 용기를 내어 경쟁하는 의지력을 내포하고 있다. 마음속에 일어난 여러 감정을 느끼고 포착하여 화면에 담아낸다. 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는 맑고 예리한 눈을 가진 작가는 깊은 애정을 가지고 사물을 관찰하고 세계를 본다. 초기 작업은 내밀한 자기 고백의 서사를 포함한다. 다채로운 색상을 가진 크레파스의 쌓임과 긁힘이 주는 흥미로운 미술의 추억에서부터 개인의 가족사, 소소한 주변의 사물, 물고기, 새, 마을, 골목길, 달, 꽃, 나무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었다. 윤정은 구상과 추상의 줄타기를 시도하고 유화다운 유화를 실험한다. 맑고 고운 색과 중후하고 무거운색에 이르는 채색의 모색 과정에서 객관적인 의미의 미적 탐색보다 주관적인 해석으로 선회하는 변화를 가진다. 깊은 산 속, 바람에 날리는 갈대숲, 이슬 맞은 들꽃, 이름 모를 산새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타고 난 미의식의 소지를 찾는다. 작업은 내면의 감정 표현의 심리적인 요소가 강하다. 마음의 능력으로서 내적 감관(internal sens)을 발현시켜 미적 체험으로 승화시킨다. 때론 감성의 날을 세워 인간의 따뜻한 정감과 동양적인 신비감을 작업에 내포하고 있다. '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느끼는 감정(emotion)을 드러내며 반응한다. 모방 혹은 재현의 기술보다 독자적인 감정을 화폭에 담아낸다. 미술 본바탕의 의미는 세계의 내재적 근원을 질문하고 해답을 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화가는 세계 혹은 자연에서 어떤 규칙이나 핵심을 감정으로 찾아내며 그것을 작품에 부여한다. 화가 자신조차도 어떻게 이런 작업이 발생하는지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보들레르는 회화가 인간의 감성적인 차원과 본질적으로 관련 있다고 보았다. 감성적 차원이 이성적 차원과 달리 규칙화되거나 논리적 설명은 어렵다. 구체적 단어, 언어, 개념 등이 만드는 어떤 이야기 이전에 어떤 느낌(sentiment)이 다가온다. 윤정 작가는 작품에 관해 스스로 침묵한다. 주관적 감정과 개인적 감각의 문제로 설명하기도 힘들고 자의적이고 상대적인 취미의 문제로 다루기도 어렵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론』에서 시간에 대한 물음에 답한다. “아무도 묻는 이가 없으면 나는 그것을 아는 것 같지만, 막상 누가 물어 대답하려면 말문이 막힙니다.” 작가에게 미술도 마찬가지이다.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모순처럼 그림으로 무엇을 재현(representation)한다는 것도 그러하다. 


    작업은 추상이다. 추상은 귀납적 경험에 의한 예술이다. 물질세계에 단단히 뿌리를 두고 발현한다. 경험에 의한 정보의 축적이 표현되는 장이 추상의 화면이라 할 수 있다. 추상의 질서는 경험으로 구성된 상상의 형태를 화면에 재현된다. 추상은 모호하지만 명료하다. 인간의 본능과 감정에 충실하던 비합리주의(irrationalism)와 예술 자체를 추구하던 모더니즘의 가치중립적인 전통을 따른다. 추상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실체에 연결되어 있다. 주제에 관한 관심에서 벗어나 경험한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그 자체로 순수한 독립적인 상태를 추구한다. 순수한 추상은 명확한 윤곽도 없고 서로 녹아들고 침투하는 질적 변화의 연속이다. 윤정의 추상은 무조성(atonality) 음악처럼 나눌 수 없고 얽혀 있는 시공간을 무한히 통과한다. 작업은 내밀한 미적 경험으로 압축적인 함의를 표현하는 조형 의지가 담겨있다. 세상에 내재한 본질을 추구하는 추상 작업은 인간 조건(human condition)을 구성하는 하나의 고차원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추상은 눈으로 본 것 너머의 표현이다. 인간의 창작물인 미술은 개별적 세계를 보편적인 것으로 승화시키는 도구이자 인간 생존의 보편적 체계를 온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작가는 예측 불가한 현실의 세계를 창작의 영역으로 끌고 나와 실험하고 미지의 신세계를 열어 보여준다. 화가는 작업 과정에서 ‘물질 다루기’를 반복한다. 그림을 그리는 원초성은 반복된 물질 다루기에서 시작한다. 유화의 끈적임과 물감의 농도 조절의 연속은 집중과 몰입을 이끈다. 작업은 물질과 투쟁하는 자기를 드러냄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주변 환경, 호흡의 순간, 동작과 자세 등은 내밀한 자신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한다. 형태의 집착에서 벗어나 있는 화가의 심미안은 순수한 감정을 표현하는 관조로부터 발생한다. 작가만의 특별한 쾌감, 명상이나 치유와 유사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추상의 화면은 새로운 감정이 환기될 수 있는 심리적 특성을 수반하며 심미적이고 감각적인 통일을 이끈다. 미적 쾌감으로 작가의 감관은 무관심성을 이룬다. 형상이 사라지고 명상의 단계에 몰입할 수 있다. 마치 산수화의 발묵처럼, 퍼져가는 산울림처럼 섬세하고 고요한 관조의 화면을 구축한다. 


    감성의 색을 그린다. 화면 밖으로 퍼져 나오는 추상의 묘한 아우라와 감성의 색채 변주는 윤정 회화의 정수이다. 제철에 피는 꽃들처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화면은 신비한 미를 숨긴 듯 겹겹이 쌓여 있다. 화가의 감성을 담은 색은 이미 추상이다. 고상하고 멋진 색의 향연은 고난의 인생에 한 줄기 빛을 비춘다. 감상자의 시선과 마음을 끌어 빠져들게 한다. 우아하고 섬세한 색감들은 고요하고 조화로워 기품이 있다. 유화의 물질성을 간직한 다양한 색감과 밀도 있는 화면의 구성은 명상적인 기운을 더한다. 작가는 회화 자체가 가진 미적 체험에 충실하고 시각적 미감을 찾는다. 화면의 주조 색은 고유한 생명을 상징한다. 색은 살아 있음이다, 맑고 밝고 경쾌한 중심 색은 다른 색과 만나 미끄러지듯 스며들어 중첩된다. 다른 색들과 어우러져 생명력을 표현하고 창출한다. 화면의 불규칙한 점, 선, 면이 모여 다시 하나의 색감을 만들고 생명의 역동성을 펼친다. 감상자에게 대상의 환기된 어떤 미적 쾌감을 제공하고 섬세한 감성의 눈을 뜨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M> 연작은 구도적이다. 화면은 신비로운 운기(雲氣)가 감돈다. 사각형 안 기운은 이리 저리로 돌고 모이다가는 흩어진다. 그 전체는 하나이다. 화면은 단단한 모양새지만 <M> 연작 속 부분들은 분해되고 독립되어 있다.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존재가 만들어내는 다층적인 현상의 시각적 표현이다. 윤정의 <M> 연작은 우주의 수많은 색과 형 중에서 몇 개를 선택적으로 가져올 뿐이다. 추상의 치밀하고 응축된 구성법과 그리드를 사용한 정련함은 구도적 수행성을 내포한다. 작업 과정은 수행처럼 화면에 남겨진 시각적 경험의 축적이다. 물감의 색에 대한 감각적 선택이며 반복된 명상의 쌓임이다. 얽히고설켜 중첩된 유화 물감은 화면의 독특한 질감을 형성하는 원초적인 행위의 흔적이다. 작가는 <M> 연작 속 고요한 관조를 통해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추상과 직면한다. 쇼펜하우어의 미에 관한 특수한 지각 방식인 미적 관조처럼 ‘초시간적인 순수한 인식의 주체(pure will-less, painless, timeless subject of knowledge)’를 경험한다. 미적 관조가 시지각의 순수한 인식에 다다른다. 더 이상 개체가 아닌 순수한 실체(realty)가 이상(idea)으로 추상화된다. <M> 연작 화면은 영혼의 자유를 향한 자기 찾기 과정으로 궁극적인 경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꽃잎이 열리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피듯 미적 인식의 지평은 한순간에 툭 펼쳐 충만과 풍요로 가득하다. 


    예술은 인간의 소유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선물이다. 예술품은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는 어울림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자유와 환대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예술일 것이다. 작가는 동시대에 상응하는 미술을 펼친다. 섬세한 감성과 마음의 알맹이를 그대로 생생하게 표현한 윤정의 작업은 감상자의 마음에 상응할 것이다. 화가의 삶이 녹여낸 화폭은 삶에 관해 생각하게 할 것이다. 인간의 향기 가득한 창작으로 생명의 지속과 삶의 감동을 기원한다. ‘정말 훌륭한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뺏는 것이오’처럼 윤정의 작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흔들어 놓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작업의 구도적인 행위가 녹여낸 추상은 남도의 파도 소리를 마주한다. 


김대신 (문화사 박사, 미술과 문화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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